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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나는 너를 매일 다른 이유로 더 사랑했었고

by 파rang 2023. 8. 22.

  오늘 하루 잘 보냈어? 나는 오늘 뜻하지 않게 바쁜 하루를 보냈어.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 살아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 친구와 사랑에 대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편지에 대해서, 책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그러고 보니 내가 사랑하는 것들만 이야기했네. 그래서 행복했나 봐. 아 행복하다고 수없이 말하고 싶은 대화를 나눴어. 친구의 편지 속에서 내가 느낀 사랑을 발견하기도 했어. 나는 너를 만나고 나면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아주 많이 느끼거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 그저 행복해 사랑해 고마워라고는 표현하기 힘든 기분들. 그런데 그 사랑을 친구의 편지에서 발견하니 눈물이 주르륵 나는 거 있지? 내가 느낀 감정을 친구도 느꼈구나, 그 친구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편지의 주인공이 얼마나 그리울지 짐작이 가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어.

  나는 사랑이 너무 좋아.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가 왜 사랑해 밖에 없는 건지 아쉬울 따름이야. 내 사랑을 다 표현하기에는 단어가 부족해. 모자라. 나는 너를 해가 질 때쯤 들어오는 햇빛만큼 사랑해. 여름밤에 느낄 수 있는 여름 냄새만큼 사랑해. 내 글을 읽고 혼자 뿌듯해하는 순간만큼 사랑해.  잠결에 엄마가 쓰다듬어 주는 손길만큼 사랑해. 교보문고에 들어가면 풍겨오는 그 향기만큼 사랑해. 겨울에 먹는 붕어빵만큼 사랑해. 내 방의 이불 냄새만큼 사랑해. 치즈가 올라간 찜닭만큼 사랑해. 이렇게 말하면 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김예진이 찜닭을 양보할 리가 없는데~~"라고 말하며 장난을 치겠지. 그런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나는 또 피식 웃고 말아.

  혼자인 게 꽤 익숙해진 나는 혼자서 걸어가는 내 모습이 이제는 쓸쓸하게만 느껴지지 않았어. 내가 내 짐을 메고, 네이버 지도를 켜고 내가 가야 할 곳을 씩씩하게 찾아가는 내가 좀 멋있어 보이기도 했어.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를 내가 챙기는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나니 네가 주는 사랑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다시 깨달아 버린 거지. 다시 느껴버린 거야.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내 귀에 꽂힌 이어폰을 빼고, 손에 쥐고 있던 모자와 핸드폰을 슬며시 가져가더니 자기 어깨에 기대라고 말하는 너를 보며 나는 사랑이 뭔지 알 것 같았어. 그래서 조금 울고 싶어졌어. 이 순간을 나는 평생 못 잊을 테니까. 나는 계속계속 또 너를 사랑할 테니까. 그 사실이 기쁘고도 조금은 아득했어.
 
  너무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세상에서 너는 유일하게 연결되기 힘든 사람이야. 우리에게는 제약이 있으니까.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바로 전화를 걸어 너의 존재를 확인받을 수 없으니까. 그런데 그래서 좋은 게 뭔지 알아? 너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된다는 거야. 네가 보고 싶을 때면 너를 오래오래 생각해. 그러다 보면 네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을 알게 돼. 오늘 친구가 그러더라. 그게 바로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라고. 한 사람을 오래 생각하다 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고. 나는 네가 바로 옆에 있어도 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비로소 그렇게 됐어. 네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다 나를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지금 너도 나와 똑같은 사랑을 느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너와 함께 있지 않지만 언제나 함께하는 거야.
 
  어제는 네가 다정해서 좋았고, 오늘은 네가 웃겨서 좋았고, 내일은 너의 생일이라서 네가 좋을거야. 또 그다음 날은 초록이 무성해서 네가 좋을 거고, 어떤 날은 파스타가 너무 맛있어서 네가 좋을 거고, 어떤 날은 새벽이 너무 포근해서 네가 좋겠지. 나는 매일 다른 이유로 너를 사랑할 거고, 매일 다른 이유로 행복할 거야. 살아있어서 참 좋은 새벽이다. 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