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게 오는 행복.

  나의 다이어리에 적혀있는 말이다. 내가 생각해서 적은 건지, 아니면 어디서 듣고 적은 건지는 모르겠다. 작년 나의 다이어리에 남과 비교하며 힘들어하는 나에게 내가 해준 말이다. 이 문장이 오늘 문득 다시 생각났다. "행복은 더디 온다." 

 

  나는 뭐든 어려운 사람이다. 만남과 이별도, 하고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도, 두려움에서 금방 일어나는 것도 다 어렵다. 겁이 많아서 하고 싶은걸 바로 해보지도 못한다. 그게 실패하면 어쩌나, 그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하지만 그런 만큼 어려운 만큼 그 뒤에 오는 행복을 아주아주 크게 느낀다. 그리고 그 행복은 실제로 작지 않고 크다. 

 

  수혁이만 해도 그렇다. 나의 이전 연애는 그닥 성공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웠다. 한두 번 별로인 연애를 하고 나니 이 정도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남들은 잘만하던데, 그냥 넘치게 사랑받고 행복해하던데. 나는 왜 그게 어려울까. 하고. 그러다가 수혁이를 만났다. 더디 만난 수혁이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선물해 줬다. 나의 지나온 선택들이 수혁이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힘듦과 눈물도 아깝지 않다. (그런데 이수혁은 첫 연애인데 나를 만났다. 뭐지 얘는.... 완전 운수 좋은 놈이다. 한 번에 나를 만나다니ㅋ)

 

  행복이 빠르게 오면 좋겠지만 행복은 대부분 더디게 온다. 특히 크고 특별한 행복은 더더욱이 더디게 온다. 그리고 그끝에 만난 행복은 항상 나에게 황홀한 순간들을 선물해 줬다. 그 사실을 자각하고 나자 지루한 오늘 하루를 견뎌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행복이 오고 있구나. 더디지만 오고 있구나. 너무 커서 빨리 올 수 없는 거구나. 하고. 행복이 금세 내 곁으로 와버리면 우리는 그게 행복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더디게 오기 때문에 왔을 때 그 행복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는 동안 행복을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해놨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곁에 행복이 없다면 나에게 열심히 오고 있을 행복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더러워진 방을 치우고, 깨끗하게 씻고,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해야 할 일을 하고 간간이 산책도 하다 보면 어느새 행복이 바로 내 눈앞에 와있을 것이다. 

 

  행복은 온다. 더디지만 온다. 행복이 더디게라도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더딘 행복이 조금은 빨라졌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