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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뭐라도 되고 싶은 마음.

by 파rang 2023. 4. 29.

  오늘은 머리를 감지 않고 그냥 자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는 온수를 틀고, 속옷을 챙겨서 샤워를 했습니다. 개운하게 씻고 나서는 토너를 바르고 패드를 양볼에 붙인 뒤 머리를 마저 말렸습니다. 머리를 말리고 스킨로션을 마저 바르고 크림까지 발라주면 이제 잘 준비가 끝이 납니다. 저는 이 일련의 과정을 꽤나 좋아합니다. 깨끗해진 몸에 산뜻한 새 속옷을 입고 패드까지 얼굴에 올리고 있으면 내가 뭐라도 된 것 같거든요. 나를 굉장히 소중히 대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시나요? 솔직히 저는 아직도 그게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을 사랑하는 건 너무나 쉬운데 내가 나를 사랑하는 건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나를 사랑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알아봐 줄 사람을 찾습니다. 나는 뭐라도 되고 싶은데, 멋있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나 혼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 자꾸 누군가를 찾는 것입니다. 
 
  나는 내가 사랑받는 순간들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사랑, 연인의 사랑, 친구의 사랑을 여기저기 자랑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내가 이만큼 사랑받는다는 걸, 내가 이만큼이나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받고자 합니다. 그렇게 자랑하고 나면 희미해 보이는 나의 행복이 좀 확실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진짜 내 모습이라고 여길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자랑이 누군가에게는 자격지심이,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요즈음 생각합니다. 또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모습을 올리며 안심하는 내 모습을 보고 SNS를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내가 유일하게 혼자서도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 바로 글을 쓰는 순간입니다. 나는 글을 쓰는 내가 좋습니다. 수업시간에 멍 때리는 나도,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은 나도, 너무 쉽게 두려움에 빠지는 나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데 글을 쓰는 나는 좋습니다.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고 다듬고 블로그에 올리는 그 모든 과정의 내가 멋있어 보입니다. 나는 꽤나 괜찮은 사람이고 싶고, 괜찮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저 그런 삶보다 내가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어려운 이유도 너무 잘 살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혼자서도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받기보다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고도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글로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인정받고 싶습니다. 잘 살고 싶습니다. 
 
  나는 이런 나를 사랑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압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걸 압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할 때 당신들을 더 사랑하기로 합니다. 내 곁의 다정한 이들을 사랑하다 보면 나도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사랑을 하는 나를 사랑합니다. 내 곁의 사람들도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뭐라도 된 것처럼, 아주 큰일을 해낸 것처럼 자신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방금 글을 쓰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나를  조금 사랑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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