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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잡고, 오늘은 눈뜨자마자 엄마랑 안과에 갔다. 안과를 가는 것도 오랜만이고, 엄마랑 같이 병원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다. 올해 초부터 왼쪽 눈 위에 작은 다래끼 같은 게 생겼는데 그게 안 없어지고 계속 있어서 엄마는 내심 걱정이 되셨나 보다. 버스에서 내려서 엄마손을 잡고 병원문에 들어서는데 왠지 꼭 다시 초등학생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기분이 싫지 않았다. 엄마 손이 이렇게 작았나 싶고 그런데 또 뭔가 든든하고. 병원이라는 곳은 이상하게 사람을 긴장시키는데 그럴 때마다 '보호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안과에 간 김에 이것저것 종합 검사를 받는데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서울에서는 뭐든 내가 혼자서 해내야 하고,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에.. 2022. 7. 6.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아빠, 저 큰 딸 예진이에요. 아빠가 써준 편지를 들고 서울행 기차를 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2녀의 반을 넘어서고, 서있기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7월이 왔어요. 아빠, 저는 이번에 서울에 올라가서 지내면서 글이 너무너무 쓰고 싶었어요. 어떤 글이 쓰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글이 너무 쓰고 싶었어요. 내가 쓰고, 내가 읽는 다이어리도 좋지만 내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울고 웃는 그런 일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뭐라도 쓰려고 책상 위에 앉으면 손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글을 쓴다는 사실은 너무 설레는데 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적어지지가 않았어요. 분명하고 싶은 말들은 너무 많은데 그 말들이 머릿속을 윙윙 맴돌기만 하고 입 밖으로 절대 나오지 .. 2022. 7. 5.
불편한 편의점. 편의점. 보통의 편의점은 우리의 편의를 해결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그런데 불편한 편의점 이라니? 굉장히 모순적인 표현이 내 주의를 끌었다. 책의 제목은 불편하지만 사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굉장히 편안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주인공들 한명 한명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다. 다들 각자만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노숙자 '독거'씨부터 강인하지만 따뜻한 편의점 사장님, 공시생 알바 시현, 언제나 열심히 살지만 자기 마음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아 매사가 불만인 알바생 '오선숙'씨 등 이 소설 속 주인공은 그 누구도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더 정이가고,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이들 한명 한명의 사연이 어느부분이든 꼭 우리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 노숙자 '독거'씨가 편의점 알바.. 2022.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