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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침대

by 파rang 2023. 3. 27.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건 아주아주 중요한 이야기야.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것만큼, 밥 먹고 바로 침대 위로 올라가서 뒹굴뒹굴하는 것만큼,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이불속에 폭-하고 들어가 흐뭇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이야기야.

  나는 침대 위에서 너와 나누는 눈빛이 좋아. 침대 위에서 네가 나를 아주 세게 꽉- 끌어안아 주는 게 좋아. 내가 끝도 없이 너에게 파고드는 게 좋아. 네가 나를 아주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팔을 활짝 벌리는 게 좋아. 내가 네 냄새를 킁킁대며 맡을 때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만히 있는 너의 그 표정이 좋아.

  침대는 참 신기해. 침대 위에서는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는 기분이야. 내 모든 속마음을 들켜도 좋은 기분이야. 우린 보통 하루일과를 다 끝내고, 깨끗하게 씻고 나서 침대 위로 올라가잖아. 그래서 그런 걸까? 침대 속에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하루 종일 네가 보고 싶지만, 특히 자기 전에 침대 위에 누웠을 때 네가 가장 그리워. 아마도 침대가 주는 느낌과 네가 나에게 주는 느낌이 비슷해서 그런가 봐. 네가 공원이 아니고, 놀이동산이 아니고, 침대랑 비슷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침대에서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도 아무도 모르잖아? 나 혼자 눈물을 쓱쓱 닦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들 수 있잖아. 네 앞에서만큼은 펑펑 울 수 있어. 이제는 엄마아빠 앞에서도 그렇게 못 울겠는데 네 앞에서는 그렇게 울 수 있어. 내가 울 때 너의 눈빛이 너무 다정해서 더 울고 싶어지는 걸지도 몰라. 눈물을 핑계로 너에게 더 오래, 더 세게 안길 수 있어서 일부러 더 우는 걸지도 몰라.

  침대는 포근하고, 따뜻하고, 아늑해. 침대 위에서 하루 중 제일 어두운 밤을 맞이하고, 또 떠오르는 해를 맞이해. 침대 위에서 웃고, 울고, 설레어서 잠 못 이루고, 밀려오는 슬픔에 눈물을 흘려. 내 모든 행복과 환희, 슬픔과 아픔을 알고 있는 침대가 나는 좋아. 오늘 밤도 침대 위에서 너와 가장 편안한 상태로 누워있고 싶어. 매일 눈을 감고, 뜨는 순간에 침대가 있고, 또 침대를 닮은 네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오늘 하루를 살아갈 거야. 포근하고 다정한 침대 위에 누울 순간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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