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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by 파rang 2022. 7. 5.

  아빠, 저 큰 딸 예진이에요.  아빠가 써준 편지를 들고 서울행 기차를 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2녀의 반을 넘어서고, 서있기만 해도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7월이 왔어요.

아빠, 저는  이번에 서울에 올라가서 지내면서 글이 너무너무 쓰고 싶었어요. 어떤 글이 쓰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글이 너무 쓰고 싶었어요. 내가 쓰고, 내가 읽는 다이어리도 좋지만 내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울고 웃는 그런 일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뭐라도 쓰려고 책상 위에 앉으면 손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글을 쓴다는 사실은 너무 설레는데 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적어지지가 않았어요. 분명하고 싶은 말들은 너무 많은데 그 말들이 머릿속을 윙윙 맴돌기만 하고 입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는 기분. 그래서 노트북을 켰다가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닫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하루에 한편씩 편지를 쓸거에요. '글을 쓴다'라고만 생가하면 너무 막연한데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지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저에게 있어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과도 같아요.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꾸만 편지가 쓰고 싶어 져요. 편지를 쓴다는 건 말로 내뱉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신중한 일이거든요. 어떤 펀지지에 쓸지 고르는 것부터 내 마음을 더 잘 표헌 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생각하고, 더 예쁘게 쓰기 위해 손에 힘을 주고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야 하니까요. 또 편지를 쓰다 보면 내가 편지를 쓰는 상대를 더더욱 사랑하게 돼요. 편지를 쓰는 동안 내 편지를 받을 사람을 오래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그 사람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게 되고, 또 그 상대를 사랑하는 내 모습이 더 예쁘게 느껴져요. 그러니까 편지를 쓴다는 건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더 사랑스러워지는 일인 거예요.  

앞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쓰다보면 제 글도 더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요? 이 글을 누가 읽을지, 언제 어디에서 읽을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동안 쓰는 저도, 읽는 당신도 더 사랑스러워지길 바라요. 가급적 오래 꾸준히 편지를 쓰고 싶어요. 

 

*아, 왜 굳이 아빠한테 쓴거냐고 물으신다면....그냥 아빠한테 쓰고 싶었어요. 제 방에 아빠가 학창 시절 그리고 대학생 때 썼던 다이어리가 여러 권 있는데 밤에 잠이 안 올 때면 한 권씩 꺼내서 읽어요. 그런데 읽다 보면 아빠랑 저는 참 많이 닮았다고 느껴요. 언젠가 아빠랑 같이 쓴 글로 책을 내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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