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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리틀 포레스트.

by 파rang 2022. 7. 25.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찾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아주아주 간단하다. 서울살이에 지친 주인공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와 계절마다 농사를 짓고, 직접 키운 작물들로 음식을 해 먹으며 치유되는 이야기이다.

리틀 포레스트에는 혜원이가 선풍기 바람을 쐐며 콩국수를 먹는 장면, 친구들과 계곡에서 노는 장면, 강아지와 함께 잠에서 깨는 장면 등 내가 애정 하는 장면들이 아주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은 고등학생 혜원이가 엄마와 무더운 여름날 나무 그늘 밑에서 토마토를 따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한여름이란걸 증명하듯이 혜원이의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고, 나뭇잎은 짙은 초록색이다. 사방에서 매미소리가 들리고 한여름 뙤약볕에 잘 익은 토마토는 정말 빨갛다. 그 토마토를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두 사람을 보면 토마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토마토가 먹고 싶어 진다. 언젠가 부터 '여름' 하면 나는 리틀 포레스트의 이 장면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이 장면이 여름의 청량함을 너무 잘 담고 있기도 하고 이 장면 덕에 여름이 조금은 좋아졌기 때문이다. 또 이 장면에서 나오는 혜원이의 내레이션이 참 좋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던져 놓아도 다시 싹을 틔울 수 있으려면
노지에서 햇볕을 듬뿍 받고 완숙이 된 상태에서 딴 토마토여야 한다.


노지에서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토마토. 나도 그런 토마토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어디서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속에 강인함을 품고 있는 사람. 햇빛의 따뜻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사람. 
혜원이는 고향에 내려와 지내면서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는 무엇인지 찾아간다. 외면하고 있었던 문제에 용기내서 다가가고,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혜원이 엄마에게는 혜원이, 요리, 농작물들이 엄마의 리틀 포레스트였다면 혜원이의 리틀 포레스트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무엇일까. 지금 나의 숲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며, 나는 앞으로 나의 숲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우린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하루를 온전히 나의 의지로 채우기에는 힘든 세상이다. 혜원이처럼 아침이 오면 농사를 하고, 내가 직접 기른 작물들로 식사를 하고, 밤이 오면 잠에 드는 그런 정직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도 알 수 있을까?

오후 여섯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하늘은 한 낮이다. 도시에는 사람도 건물도 차도 너무 많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려야 생길 수 없는 공간이다. 지금 문을 열고 나가면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흙길이고, 자동차가 아니라 나무가 나를 반겨준다면 나는 기꺼이 길을 나섰을 것이다. 그런 곳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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