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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

by 파rang 2023. 7. 27.

  오늘 기도하다가 엄마가 울었다. 사실 엄마가 우는 건 흔한 일이다. 우리 엄마는 드라마를 보다가도 울고, 노래를 듣다가도 울고, 전화하다가 울고, 영화 보다가 울고. 그냥 매 순간이 감동이고 벅차오르는 사람이다.

 

"살아계신 우리 주 예수님, 지금까지 예진이를 인도해 주시고 지켜주시니 감사합니다하...."
  엄마는 울먹이면서도 꿋꿋이 기도를 이어 나간다. 올라오는 울음을 참느라 목소리에 삑사리가 나기도 하고 중간중간 멈추기도 하지만 엄마의 기도는 멈추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엄마가 되어 주님만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예진이, 예승이가 잘 자라나 주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응....? 엄마 울어...? 왜 울고 그래애~~~"
 

  나는 그런 엄마가 익숙하면서도 웃기다. 매일 기도하면서 어쩜 기도 할 때마다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나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괜히 히히덕거리며 그 순간을 피한다.

  나는 기도하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이었다. 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는 교회를 다녔고, 소위 말하는 '모태신앙'이었으니까. (엄마의 뱃속, 즉 모태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하여 모태신앙이다) 말을 하고, 걸음마를 뗄 때부터 교회에서 자랐으니 금요기도회, 학생기도회, 대표기도, 수련회 등을 다니며 기도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기도할 게 없을 때도 기도할 수 있었고, 마음에서 나오는 기도가 아니더라도 그럴듯하게 기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로 상경하면서 오랫동안 다녔던 교회와도 멀어지고, 내 생활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그 익숙했던 기도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기도할 때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 건지, 어떤 말투로 해야 하는지, 아니 어떤 게 기도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우연한 기회로 이번 중, 고등부 수련회에 내가 따라가게 되었다. 사실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뜨거운 더위도 아닌, 장난꾸러기 중1들도 아닌 바로 기도하는 시간이다. 교회 다녀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알 텐데 수련회에 가면 어떤 단체의 수련회에 가든 규모가 크든 작든 꼭 가지는 시간이 있다. 바로 주님 만나는 시간이다. 목사님 설교가 끝나고, 찬양을 부르다가 서서히 불이 꺼지고 목사님은 외친다.

"이 시간 꼭 주님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 주님 세 번 부르짖고 기도합니다!"

  그럼 그곳에 모인 친구들은 하나같이 소리 지르며, 눈물 흘리며 어디 홀린 사람처럼 기도한다. 조금 전까지 졸던 친구도, 주님 만나는 게 대체 뭔지 모르는 친구도, 이 시간이 끝나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아는 친구도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한다. 나는 그 분위기가 익숙하고 조금은 불편하다. 기도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마음, 하지만 교사 자격으로 왔으니 다른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기도를 안 할 수는 없다.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옆으로 눈을 돌리면 눈을 꼭 감고,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작고 어여쁜 친구들이 보인다. 그 친구들 때문에라도 해야 한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없을지언정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 그 친구들 눈에는 내가 아주 믿음 좋고 주님만을 따라 사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니까. 적어도 이 수련회장 만큼에서는 말이다.


  그러다 생각이 난다. 수련회에 가면 꼭 전도사님, 혹은 선생님이 학생에게 가서 손을 잡고 같이 기도를 해준다. 나는 그게 참 좋았다. 그 순간에는 상대의 나를 향한 마음이 나에게 오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뜨겁고 심지어는 땀까지 난 손이 내 손이나 등위에 올라오고,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크고 강한 목소리로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그 경험. 같이 기도하다가 서로를 부여안고 펑펑 울었던 그 경험. 매번 나는 기도를 받는 쪽이었기에 기도를 해주는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나를 향해 부어지는 기도를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 교생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의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한 발짝 한 발짝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간다. 그러고는 나도 그때 그 선생님처럼 손을 잡고, 어깨를 잡고 기도를 시작한다.

"사랑하는 우리 주 예수님, 오늘 이 시간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친구들이 얼마나 예쁘고 귀한지요...."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하고 뜨거워진 마음으로, 그것보다 더 뜨거워진 손을 꼭 잡으며 기도를 이어 나간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자리에 와서 애써주는 친구들이 너무 예뻐서,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난다. 예쁘고 예쁜 친구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담대히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많이 울었지만 너희는 안 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은 누군가의 기도 때문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건 나뿐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기도를 멈췄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내가 이 친구들을 보듯이,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아, 사랑이 부디 닿기를 바라면서.
  기도하는 것과 글 쓰는 일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기도는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글이자 가장 진솔한 글이다. 내가 주는 동시에 받는 글이기도 하다. 나의 어려움을 고백하고, 나의 하루를 의지하는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 글, 응원 글.

 오늘 밤도 기도한다. 나의 힘으로는 부족하니 나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달라고. 사랑할 힘을 달라고. 연약하고 부족한 내가 당신의 힘을 빌려 내일 하루 또 잘 살아가게 해달라고. 내가 받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받을 줄만 알았던 내가 기도하는 기쁨을 알게 해준 작지만 강한 친구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