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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아는 빛 슬픈 건 참 싫지. 내가 슬픈 것도, 슬퍼하는 누군가를 지켜보는 것도 참 싫은 일이야. 사전에 슬픔의 뜻은 '슬픈 마음이나 느낌, 정신적 고통이 지속되는 일'이라고 나와 있더라고. 슬픔의 뜻이 슬픈 마음이나 느낌이라니? 사과 맛은 사과 맛. 딘딘은 딘딘이랑 다를 바가 뭐가 있어? 똑같은 동어 반복이잖아. 그만큼 슬픔이라는 감정을 정의하기 힘든 건가 싶기도 했어. 왜 생각해 보면 결국 분노, 증오, 아픔, 비애, 고통의 끝에는 결국 슬픔이 오잖아. 억울해도 눈물이 흐르고 아파도 눈물이 흐르고 화가 나도 눈물이 흐르고 슬퍼도 눈물이 흐르듯이. 모든 부정적인 감정 뒤에는 슬픔이 따라오지. 나를 갉아먹는 슬픔. 나를 잠식시키는 슬픔. 도저히 달갑지 않은 슬픔. 나는 슬픔에 빠진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앉아서.. 2023. 9. 1.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샤워를 하고, 스킨로션을 바른 뒤 거울을 본다. 이전의 나보다 조금 더 까매진 내 얼굴을 확인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돌아다녔다는 증거이다. 이번 여름은 그 어떤 여름보다 뜨거웠고, 그 아래의 나도 아주 뜨겁게 돌아다녔다. 거창한 해외여행은 떠나지 못했지만 소소한 여행을 많이 다닌 여름이었다. 나는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랑' 가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직 인상적일 만큼의 좋은 여행지를 가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매번 나의 여행 동지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알 수도 있다. 이 생각은 어릴 때부터 해오던 생각인데 이번 여름을 지나며 더 확고해졌다.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경주 여행, 수혁이와의 계곡, 대학 동기들과의 광안리, 교회 언니 오빠들과의 수련회, 이 외에도 나를 여행의 순간에 .. 2023. 8. 27.
자기야 나는 너를 매일 다른 이유로 더 사랑했었고 오늘 하루 잘 보냈어? 나는 오늘 뜻하지 않게 바쁜 하루를 보냈어.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 살아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 친구와 사랑에 대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편지에 대해서, 책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그러고 보니 내가 사랑하는 것들만 이야기했네. 그래서 행복했나 봐. 아 행복하다고 수없이 말하고 싶은 대화를 나눴어. 친구의 편지 속에서 내가 느낀 사랑을 발견하기도 했어. 나는 너를 만나고 나면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아주 많이 느끼거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 그저 행복해 사랑해 고마워라고는 표현하기 힘든 기분들. 그런데 그 사랑을 친구의 편지에서 발견하니 눈물이 주르륵 나는 거 있지? 내가 느낀 감정을 친구도 느꼈구나, 그 친구가 얼.. 2023. 8. 22.
담대히 살아가는 법. 도서관에 갔다. 태풍이 지나간 뒤 한결 시원해진 날씨가 아침 일찍 집 밖을 나설 용기를 준다. 크고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도서관이기에 설마 이 책들이 없겠어! 하는 마음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 세 권을 검색해 본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무튼, 친구', '페스트'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두 권은 아직 도서관에 없고, 한 권은 거의 다 대출 중이다. 허탈해진 마음으로 없는 책 두 권은 신간 도서 신청을 해둔 뒤에 도서관을 어슬렁거린다. 나는 큰 도서관이 좋지만 싫다.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이 명확할 때는 상관없는데, 책을 선택하지 못한 경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큰 도서관을 한 바퀴 다 둘러보고 나면 다리가 아파올 것만 같다. 그렇게 에세이와 소설 코너를 돌아다니다가 '아무튼, 친구'를 쓰신.. 2023.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