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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날. 아, 그날 정말 뜨거웠지? 더운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뜨거웠어. 경주에 다녀왔다고 하면 백의 백은 다 헉 안 더웠어? 라고 물어볼 만큼의 날씨였지. 우리는 겁도 없이 한 달 전부터 8월의 경주 여행 계획을 세웠지. 뭐 이렇게 더울 줄 알았나. 7월에는 장마 때문에 비가 끝도 없이 내린다고 하니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어. 너희는 어쩜 그리 무해하니? 더위에 정신 못 차리는 나에게 그 작은 타박도 없이 말이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면 무심한 듯 손수건을 턱, 건네고 혼자 멍때리고 있다가 너희의 대화에 끼어들어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 대화의 맥락을 설명해 주고. 나는 무해한 너희들 사이에서 오롯이 나로 존재 할 수 있었어. 나의 정신을 쏙 빼놓는 더위는 너희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였어. 덕분에 나는.. 2023. 8. 9.
멋있고 이상하고 웃겨서 아름다운 사람에게. 나의 멋있고 이상하고 웃기고 아름다운 선배에게. 선배, 사실 저는 아주 게으르고 끈기도 없는 사람이에요. 이런 저라도 괜찮으신가요? 라고 하루 종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루 종일이고 반나절 정도는 고민한 것 같다. 선배랑은 올해 학생회를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학과 선배는 이미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였기에 나에게 아는 선배가 생겼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는 선배가 너무 멋있고 웃기기까지 한다면? 게다가 외면도 내면도 예쁜 사람이라면? 화룡점정으로 이상하기까지 하다면? 아아 나는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나는 멋있지만 이상한 사람에게 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배에게 저런 솔직한 고백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호기롭게 시작한 경제스터디 때문이다... 2023. 8. 8.
이해할 수 없지만 끝내 사랑하게 되는 것. 오늘은 로라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보려 해. 로라는 큰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 '과잉 사지'라는 증상을 겪게 돼. 과잉 사지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신체의 어떤 부분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건데, 로라의 경우에는 세 번째 팔을 감각하고, 그 부분에 통증을 느껴. 사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하지만 로라 자신은 자꾸만 신체와 정신의 불일치를 느끼지. 분명 머리는 세 번째 팔이 있다고 감각하는데 실제로는 세 번째 팔이 없는 거야. 얼마나 혼란스러움의 연속이겠어? 그러다 결국 로라는 세 번째 팔을 달기로 해. 뭐 남 보기에 이상해도 자신이 그렇게 결정한다면 누가 말리겠어. 하지만 내가 괜찮다고 다 괜찮지 않은 것들이 있지. 바로 애인 '진'과의 관계야. 진은 그런 로라를 이해하지 못해. 그냥 정신적.. 2023. 8. 4.
멈추지 않는 사랑. 글을 자주 쓰고 많이 쓰다 보면 내 글이 너무 진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말하고자 하는 바도, 글의 주제도, 내용도 형식도 다 너무 비슷한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어요. 하지만 어떡하겠어요? 일단 쓰고 보는 거예요. 나는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인간이니까요. 글을 쓰고 나면 또 내가 조금은 더 괜찮은 인간이 되어있는 것 같으니까요. 오늘은 외할머니를 뵙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아주 가끔은 밉고 자주 사랑스러우신 조영석 씨는 평생 부산 영도에 살다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큰삼촌이 계시는 충청남도 공주로 이사를 하셨어요. 그래서 이제는 마음먹고, 아빠가 휴가를 내야지만 뵈러 갈 수 있게 됐죠. 엄마는 여느 때처럼 할머니를 뒤로하고는 훌쩍거리시고, 아빠는 당신 또 우나~하면.. 2023.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