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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마음. 오늘 기도하다가 엄마가 울었다. 사실 엄마가 우는 건 흔한 일이다. 우리 엄마는 드라마를 보다가도 울고, 노래를 듣다가도 울고, 전화하다가 울고, 영화 보다가 울고. 그냥 매 순간이 감동이고 벅차오르는 사람이다. "살아계신 우리 주 예수님, 지금까지 예진이를 인도해 주시고 지켜주시니 감사합니다하...." 엄마는 울먹이면서도 꿋꿋이 기도를 이어 나간다. 올라오는 울음을 참느라 목소리에 삑사리가 나기도 하고 중간중간 멈추기도 하지만 엄마의 기도는 멈추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엄마가 되어 주님만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예진이, 예승이가 잘 자라나 주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응....? 엄마 울어...? 왜 울고 그래애~~~" 나는 그런 엄마가 익숙하면서도 웃기다. 매.. 2023. 7. 27.
끝내주는 인생. 한 달 내내 기다렸던 날이 바로 오늘이야. 덩치는 큰데 웃긴 애가 오는 날. 큰 만큼 큰 마음을 가진 애를 만나러 가는 날. 나는 뭐든 극적인 게 좋아. 특히 오랜만의 만남은 더욱더. 그래서 약속 시간보다 미리 가서 기다렸지. 들뜨는 마음을 붙잡을 수가 없어서, 마음을 먼저 보낼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더위를 감수하고 일찍 나섰어. 너무너무 간절했던 게 손에 들어오면 무감각해지는 기분을 알아? 나는 그래. 내가 너무 원했던 것, 너무나 기다렸던 날이 다가오면 현실감각이 없어져. 그렇게나 기다렸던 날이 오늘이란 게 믿기지 않고, 몇 달 며칠도 아닌 몇 시간 뒤면 네가 나온다는 사실이 기쁘고도 떨려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나는 꿈에만 젖어 사는 사람인데 꿈이 바로 내 앞에 있다니. 안 그래도 나에.. 2023. 7. 23.
백 마디 말보다 연애를 하면 "사랑해"라는 말을 참 많이 해. 솔직히 엄마아빠한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지 오래된 것 같은데 너와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매일매일 빼놓지 않고 했어. 오늘도 그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날이었지.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귀에는 보다 원활한 통화연결을 위해 에어팟을 끼고는 너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데 유독 그런 날 있잖아. 너의 사랑이 안 보이는 날. 원래도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유독 더 보이지 않는 날이 있어. 그런 날이면 나는 너에게 투정을 부리지. 너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을 표정을 짓고, 최대한 입을 쭉 빼고, 혀는 짧아진 상태로. 별거 아닌 거에 꼬투리를 잡고, 시비를 걸면서 말이야. "예진이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아. 항상 한 .. 2023. 7. 13.
이토록 약한 우리가 오늘은 참 이상한 하루다. 일단 잠을 거의 못 잤다. 그 전날에도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 평소에는 잘 생각도 안 했을 저녁 9시에 잠에 들었다. 그러고 다시 눈을 뜨자 새벽 1시. 조금 뒤척거리다 보면 다시 잠이 오겠지 생각했는데 그 상태로 해 뜨는 걸 보고, 아빠가 출근하는 것까지 봐버렸다. 겨우 다시 잠들었다가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에 다시 눈을 뜬 건 11시 30.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전시회도 보러 가고, 출사도 나가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망했음을 직감한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밥을 먹으면서 엄마가 이모와 영상통화 하는 걸 구경한다. 이모는 예전부터 목소리가 컸었는데 여전히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이모부 얘기, 아이들 얘기, 다이어트 얘기 등 자기의 일상을 늘어놓는다. 내용만 들으면 조금은 울적할.. 2023.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