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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사랑하는 나의 친구 민주에게. 민주야 오늘 하루는 어땠니 행복한 하루였나? 아니면 학교 일 때문에 조금은 지치는 하루? 아니면 좀 덥고 짜증 나는 하루였으려나? 너에게 편지를 적어주겠다고 작년 이맘때쯤 약속했는데 이제야 찾아와서 미안해. 왜 그런 거 있잖아. 잘하고 싶으면 미루게 되는 거. 너에게 잘 쓴 편지를 주고 싶은 마음에 자꾸 미루다 보니 이제야 쓰게 됐어. 우리 참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우리가 10살 때 만나서 지금 22살이니까 꼬박 12년을 함께했네. 내 인생 절반보다 더 오랜 시간을 너와 지나왔어. 초등학교 3학년 2반 반장이었던 너는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대학생이 되었고, 전학생이었던 나는 지금도 서울에서 이방인 생활을 하고 있어. 너랑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 .. 2023. 5. 4.
뭐라도 되고 싶은 마음. 오늘은 머리를 감지 않고 그냥 자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는 온수를 틀고, 속옷을 챙겨서 샤워를 했습니다. 개운하게 씻고 나서는 토너를 바르고 패드를 양볼에 붙인 뒤 머리를 마저 말렸습니다. 머리를 말리고 스킨로션을 마저 바르고 크림까지 발라주면 이제 잘 준비가 끝이 납니다. 저는 이 일련의 과정을 꽤나 좋아합니다. 깨끗해진 몸에 산뜻한 새 속옷을 입고 패드까지 얼굴에 올리고 있으면 내가 뭐라도 된 것 같거든요. 나를 굉장히 소중히 대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시나요? 솔직히 저는 아직도 그게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을 사랑하는 건 너무나 쉬운데 내가 나를 사랑하는 건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나를 사랑.. 2023. 4. 29.
우리네 회색빛 인생에는 봄바람이 무슨 상관있을까 요즘 너랑 전화할 때마다 자주 하는 대화가 있어. '나중에, 다음에'에 관한 이야기. 지금 당장은 우리가 마주 볼 수 없으니, 너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장난치며 깔깔거릴 수 없으니 우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 가깝게는 올해 6월에 휴가 나오면 뭐 할까부터 멀게는 제대하고 나서의 이야기까지. 나는 불확실한 게 싫어.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도 싫고, 내가 기울이는 노력이 의미 있는 노력인지 재보는 것도 싫어. 불확실이 주는 불안과 조급함이 싫어. 어쩌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불확실한 삶을 확실하게 만들고 싶어서일지도 몰라.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확신이 흐릿해져 갈 때쯤 다시 찾아 읽어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너는 항상 확신에 차 있어. 우리는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확신,.. 2023. 4. 21.
응원. 오늘 누군가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려다가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많이 망설였다. 보통 오랜만에 전화하는 사람에게는 "잘 지냈어?"라고 많이 물어보는데 이 친구는 잘 지내기보다 못 지낸 시간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응원해주고 싶어서 전화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데 힘든 사람에게 잘 지냈냐고 물어보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딱히 다르게 물어볼 말도 없어서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걸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왜 안부를 물어볼 때 잘 지냈어?라고 시작할까. 잘 지냈냐고 물어보면 아니 못 지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냥 얼버부리며 잘 지냈다고 대답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잘 지냈냐는 물음을 들으면 그 물음이 싫지않다. 설령 내가 .. 2023.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