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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있지만, 끝을 알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것, 찾게 되는 것들이 있어. 가령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책 같은 것들 말이야. 나는 내 일기장이 그래. 끝을 알지만, 자꾸 찾아서 읽게 돼. 깊은 새벽에 잠이 안 올 때마다, 나는 지난 내 일기장들을 찾아 읽어. 일기장에는 별의별 내용들이 다 담겨있어. 나의 사랑 이야기, 미래에 대한 걱정, 관계에 대한 고민,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감상, 친구가 적어준 사소한 쪽지들까지. 그때 했던 고민을 지금도 여전히 하는 것들도 있고,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나 싶은 것들도 있고 참 다양해. 그런데 읽다 보면 그런 내가 참 애틋해져. 어떻게든 잘 살아 내보고 싶어서 고민하고 다짐하는 내가 대견해. 요즘은 내가 가끔 마음에 들고, 자주 마음에 들지 않는 날들이었거든. 내.. 2023. 5. 31.
덕분에 행복해. 행복하다. 왜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행복하다. 나는 오늘 왜 행복할까? 1. 오늘은 토요일이고 그래서 수혁이랑 눈떠서 지금까지 연락할 수 있었다. 수혁이가 군대 가서 좋은 점은 내가 원할 때, 수혁이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수혁이가 사회에 있을 때는 서로 일정이 다르고, 바빠서 내가 원할 때 바로바로 전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이수혁이 예민왕이 되기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두어야 한다. 그런데 수혁이가 군대를 가니 주말에는 그냥 한량이 되어 버려서 10분 대기조다. 전화하면 거의 전화연결음이 들리자마자 전화를 받는다. 그래서 오늘도 공부하다가 목소리 듣고 싶으면 눈치 안 보고 그냥 전화했다. 힘들면 마음껏 찡찡거릴 수도 있고. 오히려 .. 2023. 5. 27.
특별한 이름. 이름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선우정아'나 '이슬아' 같은 이름들. 둘 다 각각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작가의 이름이다. 사람 이름이 어떻게 선우정아고 이슬아일 수 있단 말인가. 이름과 그 사람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이름과 그 사람의 노래가, 이름과 그 사람의 글이 꼭 하나인 것만 같다. 유명인 말고도 내 주변에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시호, 라경, 하늘, 예승, 유영..... 등등 평범하지 않은, 개성 있는 이름들이다. 신기한 게 다들 저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뭐 내가 저들의 삶을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예승은 비교적 평범한 이름일 수 있는데 예승을 길게 풀어보면 예스응이 되고 예스응은 ye.. 2023. 5. 23.
가끔은 내리고 가끔은 쌓이면서.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면서 읽고 있는 책도, 글을 쓸 키보드도 들고 오지 않은 나는 오늘 꽤 게으른 하루를 보냈어. 말 그대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간간히 걸려오는 수혁이의 전화를 받고, 저녁에는 잠시 친구도 만났어.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내 하루가 마음에 안 들더라고. 그냥, 그냥 뭔가 텅 빈 기분. 분명 맛있는 밥을 먹고, 좋아하는 친구도 만나서 대화도 나눴는데 집에 돌아오니까 그냥 좀 허전했어. 그럴 때 나는 뭐가 먹고 싶어 져. 마음이 꽉 차지 않으니 배라도 채우고 싶은 마음인 걸까, 작은 재미라도 찾고 싶은 마음인 걸까. 라면을 끓여 먹을까 편의점을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엄마를 불렀어. 엄마는 저녁에 먹은 육개장에 소면을 풀어서 육개장 국수를 만들어 주셨어. 그게 어찌나 맛있는지. 갓김치, 오.. 2023. 5. 13.